마라탕

남준은 1년 전 자신을 생각하면 자주 이불을 차거나 베개를 쥐어뜯곤 했다. 사춘기가 제때 오는 것도 복이라고 했던가. 이제 성인이 되었으니 자유를 전부 얻었다고 생각했다. 자유란 예술에 있어서 무한한 영감이었다. 무한한 영감은 무한한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그때의 남준은 자신이 예술을 하고, 음악을 한다는 것 자체에 도취한 상태였다. "예술하는 사람이면 방황...

안녕하세요. 마라입니다. 반 년만이네요! 6개월 전 포타를 닫겠다고 비장하게 공지도 쓰고 전부 멤버십 공개로 바꾸며 정리했었죠. 그런데 요즘 들어 무슨 바람이 분 건지 1년 넘게 손을 못 댔던 글이 써지더라구요. 그래서 뒷 이야기를 쓰겠다는 의욕이 생겼을 때 더 써보자는 생각으로 머쓱하게 돌아왔습니다. 전부 공개는 아니고 '보여드리고 싶은 글=지금 쓰고 싶...

“형. 연애는 원래 다 이런 거예요?” “그야 나도 모르지. 유독 너랑 석진이 형만 그런 건지. 남들도 다 그런 건지.” 석진이 돌연 휴학계를 내고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러 사라졌을 때, 남준은 처음으로 눈물을 보였다. 남준과 석진의 연애는 늘 고난과 역경의 연속이었다. 보수적이고 엄격한 교육자 집안의 외동아들. 기독교 모태신앙. 단 두 문장이면 석진의 배경...

“남준아. 나 가방을 놓고 왔다.” “이걸로 제출해요." 펜의 주인이 남준이 아니라 윤기였던 사연은 이러했다. 신입생들이 뽑을 소지품을 제출해야하는데 가방을 학생회실에 놓고 온 윤기는 내놓을 것이 없었다. 옆에 있던 남준에게 아무거나 하나 빌려달라고 했고 그것이 마침 지민이 빌려 썼던 남준의 펜이었다. 사랑의 짝대기가 심술을 부리고 있었다. * 윤기가 데리...

3월의 캠퍼스는 다채롭다. 칙칙한 교복 대신 입고 싶은 옷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 내키지 않을 때는 자체휴강할 수 있는 자유. 술을 마시고 싶을 때는 진탕 마시고 변기와 친구를 먹을 수 있는 자유.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을 때는 알콜향이 흠씬 풍기는 청춘을 불태우며 밤새 놀 자유. 채도가 조금씩 다른 청자켓이나 베이지색 트렌치코트를 걸친 신입생들의 얼굴에...